다재다능 폴리매스는 실현 가능한가

폴리매스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 분들도 계실테지만, ‘폴리매스’를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생소한 분들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폴리매스는 영어단어 자체의 뜻을 보면 ‘박식가’ 정도로 번역이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폴리매스에서는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방대하고 종합적인 사고와 방법론을 지닌 사람으로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폴리매스가 자기계발서인 줄 알고 읽게 되었는데, 단순하게도 다재다능하게 여러 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폴리매스는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었습니다. 자기계발서를 위주로 독서를 하는 저에게는 꽤나 읽기가 힘든 책이었습니다. 거의 3분의 1을 역사속의 폴리매스들에 대한 설명을 해나가는 초반부는 이게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책인지 의심을 품어가며 읽어내려갔었습니다. 그때서야 저자가 단순하게 폴리매스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아직 현 시대에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은 폴리매스라는 새로운 인류에 대해 알리고 그 필요성을 설명하는 책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죠. 현 시대는 전문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제 문과와 이과를 나누는 교육제도는 사라졌지만 어찌되었든 대학에 진학을 하면 한가지 혹은 복수전공으로 두 가지 정도의 전공을 선택하여 공부를 해나가야만 하죠. 직업을 갖기 위한 취업을 위해서는 그것이 쉬운 길일지 모르지만, 앞으로 AI에 의해 대체 될 수 있는 수많은 직업들을 고려한다면 결코 올바른 길은 아닐거라고 저자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AI에게 직업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폴리매스가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한 가지로 요약해보자면 이 세상 자체가 폴리매스를 길러내야 하고 그러한 방향으로 교육과 사회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을 하고 있죠. 저도 전기공학과 컴퓨터 공학 두가지의 전공을 가졌었고 직업은 해외 영업과 직접 발로 뛰는 국내 영업 그리고 웹개발자에 이르기 까지 제법 여러가지 직업을 가져 보았습니다. 폴리매스는 단순하게 여러가지를 배우고 여러 직업을 해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1만 시간은 정규직으로 5년정도 근무를 하면 근무시간으로 채울 수 있다고 합니다. 5년이 걸려서 이제야 한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이고 제대로된 성과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때 다시 다른 분야로 가서 그 분야에서 가장 적은 임금을 받으며 시작하려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우리의 삶은 단순히 많은 것을 경험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저자의 접근은 잘못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론상 우리가 40년을 근무한다고 했을때 5년씩 8번의 새로운 분야에 대가 되거나 뛰어는 성과를 얻게 된다고 합니다. 그 성과를 이룬 뒤 바로 다시 다른 분야를 찾는 것이 경제적으로 혹은 가족을 부양함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고민해볼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인인 저에게 와 닿았던 점은 지식이 얕아도 넓게 알면 폴리매스가 되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저는 나름 여러분야에 호기심이 많이라고 여겼지만, 그 호기심은 단순히 여러분야의 뉴스기사를 읽는 다거나 흥미가 있는 분야의 책을 몇 권 읽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한 정도로는 폴리매스가 아무리 얕은 지식으로도 가능한거라 해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죠. 적어도 어떠한 한 분야의 관련 서적을 수십권 정도 읽고 그 정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딱히 어떤 분야를 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앞으로 한 두가지 분야를 정해서 관련 분야의 무료 강의를 들어본다거나 전공서 수준의 책을 읽어보면서 좀 더 분야를 넓혀 가며 지식을 쌓아가면 앞으로의 인생이 조금 더 다채로워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모든 학습 경험이 우리들의 삶에 중요하고 그것이 때로는 미약하게 때로는 꽤 크게 당사자나 사회에 유익하다는 사실을 경험한적이 많다고 합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내 직업과 관련되지 않은 어떤 분야에 대해 공부해 본 것이 저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폴리매스를 읽고 조금은 그런 부분으로 관심을 더 가져 보아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따로 돈을 내고 다시 대학에 가지 않아도 한 분야에 대해 전공자 수준의 강의를 받을 수 있는 수많은 기회들이 있습니다. 많은 분야에 수준 높은 무료 강의들이 있고 약간 오래되긴 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전공서적들도 집 근처의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볼 수가 있죠. 공학분야를 제외한다면 마음 먹기에 따라 전공수준의 지식을 독학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이 시대에 살면서 그냥 시간을 허비하고 다른 분야를 공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많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전문화가 당연한 시대를 살아오며 습관처럼 어느 시점이 되면 공부를 멀리하고 있는 것이 굉장한 낭비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시대는 창의성이 직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고 그러한 창의성을 위한 교육에는 폴리매스적인 교육태도가 꼭 필요할 것이고 말이죠. 단순하게 여러가지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창의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를 공부하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통해 여러 방면에서 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들이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시대는 돈벌기에 모두가 몰두하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하고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자기계발서가 넘쳐나고 그 자기계발서는 대부분 어떻게 하면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이 되는가에 집중이 되어있습니다.

사람들은 여가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줄 파이프라인을 만드는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저 또한 그러한 사람들중 하나이긴 하지만 폴리매스를 읽고나서 적어도 내가 목표로 하는 곳에 도달하고 나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공부를 해보는 시간을 가져봐야 겠다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부분이 철학 분야일지 종교분야일지 모르겠지만 공대를 나오고 개발자로 일한 만큼 새로운 분야는 문과쪽에 관련된 공부를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폴리매스는 단순히 다양한 분야에 소소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공부를 통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생각하고 통찰하게 되면 그 지식이 깊지 않더라도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고 그것이 자신 혹은 사회에 예상치 못한 기여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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